이 맛이 천재인가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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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려니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공대 본관 화장실에 들렀다 나왔는데도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날 따라온다는 말인데.

뭐지?

공대 뒷편, 목격자가 없을 것만 같은 조용한 소로를 걷는 도중에 회장이 말했다.

“태구야, 너 어디서 쫌 놀았냐?”

하, 드디어 올게 온건가!

저런 대사는 영화에서 삼류 양아치들이 시비걸 때 쓰는 말 아닌가? 클리셰 같은 거지.

내 마음 속으로 이 인간을 부르는 말은 여러개다. 멧돼지, 불곰, 산적, 두목 등등

하나같이 흉악한 단어들 아닌가.

이 흉악한 인간!

비록 내가 패배할 지언정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아까 그 춤은 진짜 끝내주더라. 고등학교때 댄스 크루 뭐 그런거 했어?”

“…”

하아. 나. 참.

그런건 그냥 동방에서 물어보시면 되잖아요! 회장님!

이런 목격자도 없는 범죄 저지르기 딱 좋은 장소말구요.

근데 이 양반, 눈이 왜 이렇게 땡글땡글해. 그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깔이 말이나 돼? 눈 좀 똑바로 뜨지.

대체 뭘 기대하는 건 진 모르겠지만 부담스러운 저 눈빛을 받으며 난 말했다.

“아뇨. 그런거 안 했는데요.”

“그럼 혹시 댄스 학원? 아, 아니지, 댄스 스쿨이라고 하나? 암튼 그런데 다닌거야?”

“아뇨.”

“….”

“그냥 집에서 동영상 보면서 따라 한 게 다에요.”

“그건 나도 하는건데…. 혼자 독학으로 그 정도 레벨이라니…. 그게 말이 되나?”

회장의 눈빛에 미심쩍음이 가득 담겼다.

그게 사실은….

연습생 경력만 3년에 비록 데뷔앨범이자 은퇴앨범이지만 어쨌든 앨범도 낸 아이돌 출신입니다.

거기다 무명 기획사를 대한민국 3대 기획사로 끌어올린!

응?

어?

에?

뭐, 그게 다 내 덕분은 아니지만, 어쨌든 3대 기획사에 챠트인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네임드PD 였습니다.

-라고 말할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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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이 말했다.

“사실은 말야….”

이때는 몰랐다. 이 기수식에 이은 연환콤보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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