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화장실을 다녀온 후, 그 누구도 내게 노래를 시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나빠진 것도 아니다. 뭐, 다행이긴 한데. 살짝 서운할지도.
음악에 맞춰 발박자를 맞추는 내게 산적이 밖으로 따라 나오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아, 쟤는 이길 자신이 없는데.
산적을 따라 밖으로 나가니 산적이 음료 두 캔을 계산하고 있다. 그리고 내게 하나를 건내며 카운터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앉아. 바람 좀 쐬고 들어가자.”
이 시키 뭐지. 동아리 인구의 반이 여자인데. 바람 쐴 거면 걔들 중 하날 불러야지. 왜 날?
아니, 그렇지 않은가.
술자리에서 맘에 드는 여자에게 바람 좀 쐬자며 아이스크림 사주고 꼬드기는 패턴 아니냐고.
“넌 집이 어디야?”
씨블, 니가 그걸 알아서 뭐할려고!
“혼자 살아?”
아니! 진짜!!
그 뒤로 꽤나 긴 스몰토크가 이어졌다. 다행히 특별한 목적(?)이 아닌 그저 신입 챙겨줌의 일환인 걸 깨닫곤 나도 편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한창 단백질과 지방의 역학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그 때, 잇단의 무리가 노래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무리의 최선두에 있던 남자가 우리에게 아는체를 하며 다가왔다. 얍삽하게 생겨서 첫 인상에서 손해를 제법 봤을 법하게 생긴 남자가 큰소리로 말했다.
“이열! 이게 누구신가. 춤신춤왕 회장님 아니신가!”
말투가 왜 저래. 고개를 살짝 틀어 회장의 얼굴을 보니 차갑게 식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