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이 천재인가 10화

2리터 짜리 생수 하나를 등에 메고 이곳 저곳을 걷는게 이리 행복할 수 있다니. 역시 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니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건 있다. 이 몸은 어찌된게 시도 때도 없이 밥 달라고 지랄발광을 한다. 어림도 없지! 이전 생에선 겪어보지 못했던 거대하고 난폭한 공복감이 날 덮칠 때면 마음 속으로 중지를 치켜든다. 아마 늘어난 위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내 인내력을 우습게 보지 말라구.

어! 핫도그다!

내 발이 슬금슬금 핫도그집으로 향하는 걸 뒤늦게 깨닫곤 어르고 달래서 겨우 방향을 바꾸게 했다.

쩝.

아무리 심한 공복감이라도 질 순 없다. 목표체중에 도달하기 전까진 하루에 한 끼만! 공복 시간이 늘어날수록 위는 작아질테고 그러면 공복감도 줄어들겠지.

난 고시원에 들러 샤워를 마치고 동아리방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 위에 옅은 갈색빛의 정수리가 둥둥 떠 있다.

“재재, 안녕.”

고개를 푹 숙인 채 책에 집중하고 있던 재재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날 처다봤다.

“어! 안녕하세요. 오신 줄도 모르고, 언제 왔어요?”

“방금. 뭐하고 있었어?”

“셤공부요. 민법. 근데 선배 오늘 수업 안나오셨던데 무슨 일 있어요?”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뭐, 늘 그렇듯 대충 둘러 대기로 했다.

“그냥, 날씨가 좋아서 좀 걸었어.”

“네!?”

얘가 왜 톤을 높이고 그래 사람 놀라게.

“그건 그렇고, 혹시 내가 저쪽에서 춤 연습 좀 해도 될까? 공부하는데 방해될려나?”

“네!? 선배 공부 안해요? 낼 모레 시험인데.”

“응, 안해.”

재재야, 어벙한 표정 좀 저리 치워줄래?

재재는 한여름에 대장급 패딩을 입은 사람 보듯이 날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벽거울 중앙에 자리 잡았다.

공부하는 사람 근처에서 춤 추려니 미안하긴 한데. 아니, 공부할거면 도서관엘 가야지. 댄스 동아리 동방에서 뭔 공부야. 춤 연습 하는 내가 맞고 니가 틀린거야. 아무튼 그런거야.

난 애써 자기합리화를 한 후,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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